마이 프린세스- ‘대한민국의 공주는 무엇으로 사는가?’

지난 2월24일 종영된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MBC)’는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를 추구하며 ‘김태희’와 ‘송승헌’이라는 예쁘고 잘생긴 두 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2011년 새해 첫 수목 드라마로 막을 열었다.

평균 15%의 시청률을 보이며 총16회로 구성된 드라마는 공주인지 모르고 고아원에서 자라 입양되어 평범한 삶을 사는 여대생 ‘이설’이 ‘황실재건’반대편의 갖가지 음모와 술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공주’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드라마 초반 예쁜 배우의 대표인 ‘김태희(이설 역)’가 망가지는 캐릭터로 이미지 변신을 하였다 하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또한 매회 독특한 패션스타일이 여성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인 ‘송승헌(박해영 역)’도 그동안 보여주던 전형적인 남성 캐릭터에서 부드러운 로맨티스트로 변신하여 여성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러나 제작진들이 ‘대한민국에 공주가 있다면 국민들은 공주에게 어떤 기대를 가질까?’에 대해서는 간과한 듯한 드라마의 흐름이 매회 횟수를 거듭할수록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5회 방영분부터는 고아원 입양아 출신에서 ‘대한그룹’이라는 재벌회사가 전액을 들여 공사한 ‘황실’에서 지내는 ‘공주 이설’로 운명이 바뀌어 등장하는데, 예쁜 드레스와 구두를 신고 모델처럼 왔다 갔다 하며 사소한 일로 토라지고 울고 하는 모습이 과연 대한민국의 공주의 역할인지 의아하게 했다.

‘만약 대한민국에 공주님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남북관계가 냉랭해졌을 때 외교의 다리가 되는 공주님, 독도가 우리땅임을 알리는 NGO공주님, 강대국의 부당한 수입압력에 당당하게 거부의사를 밝히는 소신 있는 공주님, 무료급식소에서 씩씩하게 밥 퍼주는 공주님, 가끔은 리얼버라이어티에 출연해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는 공주님이면 좋겠다.’

이상은 ‘마이 프린세스’의 제작 기획의도의 일부이기도 한데 드라마상에서는 단 한번도 이런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공주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점이 가장 안타까웠다.

아버지의 기억을 찾는 일, 공주라는 증명을 할 ‘향낭’을 찾는 일,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는 일, 증조부의 일기를 영국황실로부터 되돌려 받는 외교적인 일까지 모든 어려운 문제를 척 척 해결해 주는 ‘박해영’이 아니었다면 ‘이설공주’는 과연 ‘공주’의 자리를 지킬 수나 있었을까 싶다.

결국 마지막회에서조차 한 나라의 공주역할보다는 사랑하는 남자의 여자이기를 선택한 것을 보면 그녀가 왜 그렇게 공주가 되고자 했는지 끝끝내 시청자들은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의구심만을 남긴 드라마가 된 것이다.

‘대한그룹’의 유일한 상속자인 ‘박해영’도 어째서 ‘이설’이 공주가 되는 길을 그렇게 돕고자 했는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모든 재산을 ‘황실재건’에 쏟아 붓고 유일한 피붙이인 손자에 대한 믿음이나 사랑보다는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이설’에 대한 충정심이 더 깊었던 할아버지 ‘박동재(이순재분)’의 뜻에 순순히 따르고, 심지어 미워해도 부족한 ‘이설’을 사랑하게 되어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습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결혼하기로 되어있던 ‘오윤주(박예진)’에 대해서도 별다른 죄의식도 표현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를 믿지 않으며 이설을 보호하려 애쓰는 모습에서 어려서부터 가족처럼 의지하며 성장한 둘 사이의 믿음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막장드라마도 아니었고 피를 튀기는 혈투가 있는 폭력성 드라마는 더욱 아니었고 흔한 선정성도 없었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였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왕자가 잠자는 공주를 깨워주고 독 사과 먹은 공주도 살려주고 구박 받는 재투성이를 구해주는 동화 속 이야기와 다를 바 없는 현대판 ‘대한민국의 공주’ 이야기는 씁쓸한 뒷맛을 남길 뿐 이었다.

글.의정부여성회  미디어모니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