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요즘 겨울 중심부를 지나고 있다.

겨울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게 아닐까. 이렇게 추울때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이 딱이다. 혼자면 좋고 둘이면 더 좋고.

▶가비커피'는 핸드드립만 고집하는 커피 명소

의정부 시내를 어슬렁거린다. 오후3시.뭘 하기엔 시간이 없고 뭘 안 하기엔 애매한 시간. 카페인이라는 '페르몬'을 찾는다.

사방이 커피집이다. 대부분 프랜차이즈형 카페다. 그런 곳은 일단 패스. 왜냐고,맛이 없으니까.대부분 주인의 향기와 취향을 알 수가 없어 더 더욱 가기 싫다.

개인이 하는 카페를 굳이 찾는다. 거기엔 주인의 개성이 커피향처럼 퍼져 있다.

주인장은 커피의 구도자

'가비커피'를 발견한다.나는 이 카페를 재작년 가을에 알았 다. 오혜숙산부인과에서 제일시장 쪽으로 가면 골목 네거리 모퉁이에 있다.

좁장한 6평 공간이다. 작다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커피맛이 장난이 아니다. 주인장(대표 고선호)이 커피 업계에서 30년 일한 노하우가 녹아 있다. 그는 커피를 위한 수행자처럼 보인다.

얼마나 염결하냐 하면 술, 담배를 안 하고 고기도 안 먹는다. 자연히 커피 원두를 식별하고 볶는데 예민할 수밖에 없을 터. 그야말로 커피구도자라 불러도 좋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매일 볶는다. 그날 볶은 커피는 그날 다 소비하고 남은 건 가차 없이 버린다. 이 일만큼은 철저하다.

내가 이 카페를 좋아하는 것은 커피를 모두 핸드드립으로 내린다는 사실이다. 모든 카페가 다 기계로 커피를 뽑는 것을 보면 가비커피집의 존재 이유가 있다. 의정부를 뒤져봐도 핸드드립만 고집하는 곳은 여기가 유일무이하다 .그 만큼 경쟁력이 있고 맛도 뛰어나다.

주로 예가체프,첼바,이디오피아,시다모,만델링,슈프리모,콜롬비아 등의 단품종

을 취급한다. 개성 있는 커피를 즐기기엔 여기만한 데가 없다.

개업한지 1년 반도 안 됐는데 손님이 꽤 많다.어떤 땐 줄 서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커피마니아들은 불원천리 이곳을 고집한다.

나는 의정부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10개,100개 들어온들 관심이 없다. 오히려 싫다. 그 이유는 많긴 한 데 한두 가지만 말한다면, 커피가 대부분 맛이 없고 신선하지 않아서다.

대기업에서는 커피를 한 번에 왕창 볶아 왕창 공급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형 카페는 유통상의 문제 때문에 원두를 강하게 볶는다. 그러니 커피가 '맛대가리'가 없다.

좋은 커피는 쓰지 않다. 품종따라 다르긴 한데 쓴맛,단맛, 신맛 등이 제각각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맛좋은 커피가 된다.

가비카페의 커피값은 착하다. 단품종으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값이 2천5백원이면 말 다했다. 아메리카노는 2천원. 나는 여기에 오면 커피맛도 커피맛이지만 위안을 얻는다.

팝의 거장 빌리 조엘은 커피 앞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내 커피 잔 속에 위안이 있다"

▶새로운 트렌드 베이커리 카페가 뜬다

요즘 빵집이 넘쳐난다. 하지만 동네 빵집은 죽고 프랜차이즈형 빵집이 판치고 있다. 빵의 다양성이 없고 너무 획일적이다.

빠리바게트,뚜레주르,파리크라상 등이 우리의 입맛을 점령하고 있다. 나는 이런 빵집에 실망을 넘어 재앙이라고 말한다. 빵집의 빵이 맛이 없고 달고 유럽스타일의 건강빵 이 없어 안 간지 오래다.

한 번이라도 유럽 여행을 한 사람 은 안다. 우리나라 빵이 지나치게 달고 잡곡이 들어간 담백 한 빵이 드물다는 사실을.

빠네떼리아(Panetteria)베이커리 카페

한 달 전, 민락동 민락초등학교 부근에 있는 빵집을 발견한다. 새 건물 1층에 넉넉한 품새로 자리잡은 '빠네떼리아'빵집은 반가웠다. 의정부에서 새로운 개념의 빵집임에 틀림없다.

우선 반가운 것은 모든 밀가루는 호주산 유기농으로 하고 천연 발효종으로 효모빵을 만든다. 다시말해 이스트 대신 천연효모로 72시간 발효시켜 빵을 만든다. 빵이 슬로푸드로 만들어진다. 건강한 빵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포도(건포도)로 천연 발효시켜 72시간 숙성한 빵

'빠네떼리아'카페는 널찍하다. 빵집을 카페 스타일로 꾸몄다. 메인은 빵이지만 커피도 판다. 주방이 훤하게 트여 있다.

빵 만드는 제조 공정을 고객이 다 볼 수 있다.주인(이병석)과 직원 한 명,보조 두 명이 일한다. 개업은 작년 6월에 했다.

간식이 아닌 식사 대용으로 빵을 즐길 수 있어

나는 먹음직스러운 빵을 고른다. 깜파뉴와 블루베리파이,단팥빵 등을 먹는다. 빵의 식감이 부드럽고 포근포근하다.

이 빵집은 예상대로 달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 또한 건과류가 풍부하여 씹는 맛이 일품이다. 손님들은 실내에서 먹기도 하지만 사가기도 한다.

이집 빵은 식사 대용으로 먹어도 손색이 없다. 이런 빵은 홍대앞이나 강남에서 맛볼 수 있는데 드디어 의정부에서도 즐길 수있어 기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바게트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들어간 순수한 바게트. 빵집의 실력은 바게트

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달려있다. 바게트 특유의 그 맛 말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 이율배반의 자태를 보고 싶다.

우리는 안다, 음식의 맛은 좋은 재료가 좌우한다는 것을. 빠네떼리아는 그 사실을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밖은 어둑하다.나는 빵을 많이 먹어 배가 빵빵하다.

동네 자영업자 빵집이 유기농으로 변신해야

내가 아는 이는 빵집을 한다, 동네에서 작게. 하지만 근처에 대형프랜차이즈 빵집이 두 개가 들어오고 나서는 가게를 힘겹게 끌고가고 있다. 이런 가게는 빨리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점점 어렵다. 빨리 차별화를 하지않으면 안 된다. 그 대안이 천연효모로 배양한 빵을 만들어야하고 밀가루는 유기농으로 써야 한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빵맛을 알고 찾아 올 것이다.

물론 빵값은 20~30% 비싸더라도 가격이 아닌 가치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본다. 남과 똑같이 하면 망한다. 주인의 개성이 묻어나는 특별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

동네빵집이여 영원하라!

▶카페피스(Peace)에서는 탁 트인 평화를 느껴

시청 앞,잔디광장 예총(의정부예술인총연합회)옆에 넉넉한 공간의 카페가 있다. 실내인테리아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커피맛이 '아주' 좋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바깥 풍경이 좋다. 잔디광장이 훤하게 트여 있고 북한산 수락산이 보일 정도로 눈맛이 좋다.

나는 답답하면 가끔,아주 가끔 피스에 와서 피스(평화. Peace)를 느낀다.

각종 모임을 할 수 있는 세미나실을 쓸 수 있어

공간이 넓어 20여명이 모임을 열 수 있다. 주차하기도 좋고 뭔가 확 트인 느낌의 카페임을 느낀다.

그래서 각종 단체들이 이 '피스카페'에서 행사를 치른다. 주변에 관공서가 즐비하여 일보고 나서 여기서 '여유 한 잔' 마시고 가면 딱이다.

'여유 없는 평화 없고 평화 없는 여유 없다. '평화와 여유와 여백은 한통속이다.

남향으로 창을 낸 피스 안으로 스며드는 햇살이 따사롭다.

▶복합문화공간 의정부 문화살롱 '공'

어느 지역인들 예술가들이 없겠냐마는 4년 전, 의정부 예술가 6인이 도원결의하여 뭉쳤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남달랐다. 동네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을 펼치고자

고민 끝에 어렵게 '문화살롱 공'을 탄생시켰다.

참신한 기획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열어

박이창식(행위예술가,문화기획가), 하정수(회화), 문미희(회화),씨가 주축이 되어 조각가, 사진작가와 '문화살롱 공'으로 출범하였다. 이들은 동네 아지트에서 공간을 꾸며 전시회를 열고, 작은 음악회,강연회 등을 치렀다.

그들의 활동은 조용했지만 동네를 넘어 의정부시, 그리고 경기도를 '흔들었다'. 이들이 기획한 일련의 기획전시는 참신하여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야말로 동네에 예술적 아우라 팍팍 풍겼다.

일명 '예술 페르몬'을 말이다. 그러구러 이들의 활동은 알음알음 알려져 전문가 집단인 의정부예술의전당 관계자들도 기웃거리게 하였다.

이 카페에서 내는 커피맛이 장난이 아니다. 초기엔 핸드드립으로 정성껐 내온다. 지금은 핸드드립과 머신으로 번갈아 커피를 우리고 있다.

여긴 지층엔 전시장이 있어 누구나 전시와 각종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가을에 연 '아시아신화 이야기'라는 특별 행사를 5주 연속 열어 시민들의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이 카페는 지금 의정부시의 지원을 받아 커피바리스타 과정과 제빵 기술 등을 익히는 전문가 양성 과정을 진행하는 복합 공간으로 다시 한번 거듭나고 있다. 예술이 어떻게 생활과 밀착될 수 있는지 이 '공간'에 오면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본지 객원기자 황현호(의정부 문화발전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