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 (가능1동 의정부여자중학교 후문 맞은편) 주택가에 빈티지 스타일의 카페가 생겼다. 지난 초여름에 문을 열었다.

늘 손님이 많다. 의정부에서 가장 '핫'한 장소로 소문이 났다. 그 소문은 커피향 같이 퍼져 가고 있다.

▶살림집 냄새 나는 푸근한 카페로 개조

'카페 이젠(Cafe Ejenn)'은 살림집을 개조해 카페로 리모 델링을 한 집이다. 한눈에 봐도 옛건물을 세련되게 꾸몄다.

이 카페는 마당이 아주 넓다. 마당에 잔디를 깔아 눈이 시원한다. 마당에 테이블이 네 개가 있다. 손님들이 이곳 에서 커피를 마신다.

유러피안 풍의 분위기가 훅 끼친다. 유럽 풍은 너도나도 거리에 세팅한 테이블에서 커피를 즐 긴다. 여기가 딱 그런 곳이다.

안으로 들어간다. 카페 실내가 넓다. 2층도 있다. 주택을 개조했기 때문에 각각의 방 흔적이 있다.

실내 공간이 이미 인테리어다. 거친 벽돌과 기둥이 그렇다. 옛것을 세련되게 공간 분할을 한 게 편안하다.

마치 사적인 내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는 느낌이다. 2층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모던하다.

'카페 이젠' 주인장 김은진씨는 이 카페를 차릴려고 준비를 많이 했다.

인테리어 소품을 서울 황학동과 벼룩시장에서 일일히 마련했다. 건물에 어울리는 소품 구하러 다니는 게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한다.

건물 기둥과 벽을 최대한 살릴 려고 고민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녀는 직접 기둥을 만져가며 추임새를 넣는다.

"이 건물 수리하기 전에는 기둥과 벽이 투박하다는 느낌 이었어요. 하지만 내부 인테리어를 다 마치고 나니 전체적 인 조화가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손님들이 좋아하더군요."

▶메뉴를 단순화하여 커피에 임펙트를

김은진 대표는 그전에 바리스타 강사로 활동했다. 언젠가 내가 꾸민 공간에서 카페를 차릴 꿈을 키워 오다가 일을 벌린 게 지금의 '이젠 카페'다.

커피로스팅 기계가 카페 중심에 있다. 매일 신선한 원두를 볶는다.

메뉴는 단촐하다. 기본 커피 위주다. 그녀는 커피에 관한 철학이 있다. 커피에 지나치게 향과 단 것이 들어가는 메뉴는 지양한다.

커피 종류는 에스프레소에서 파생된 것이다. 여기서 아메리카노,카페라테,카푸치노,마끼야또 등이 '파생상품'처럼 퍼져 나간다.

김은진 대표는 이 기본기에 충실한 카페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즉, 정체성 있고 '개념'있는 커피숍을 추구한다.

지나치게 많은 메뉴와 사이드 메뉴는 다소 방만한 건 사실이다. 그건 마트만큼 흔한 프랜차이즈 카페가면 알 수 있다.

나는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어딜가나 이 '기본'을 확인한다. 깔끔하다. 누가 말했던가.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고.

▶개인 작업하기 좋은 카페로 소문이 나

주변을 본다. 카페에 혼자 또는 여럿이 작업을 하거나 공부하는 사람이 꽤 된다.

공간이 쾌적하여 젊은이들이 좋아한다. '면학' 분위기 속에서도 한 쪽에서는 그러거나 말거나 수다떠는 이들이 공존한다.

실존주의 작가 사르트르는 파리에서 작업할 때 늘 카페로 출근한다. 그는 거기서 글을 쓰고 사람과 교류하고 예술혼을 키웠다.

카페 이젠에서 그런 작가나 예술가들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분위기로 봐선 한두 명 나올 듯하다.

2층엔 테라스가 있다. 테이블이 세 개 놓여 있다. 여기서 바깥 풍경을 보는 눈맛이 있다.

커피 마시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보는 이들도 있다. 서양 카페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화장실은 쥔장이 특히 신경을 썼다.

본인이 예민하기도 하지만 카페가 일종에 '사적인 공공장소'이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카페가 사적 사회적 공간이기도 하다. 한 번 이용했는데 아주 깨끗하다.

카페 이젠은 실내 공간 일부를 작가들의 전시 공간으로 쓸 수 있게 고민하고 있다.

김은진 대표는 "가을에 넓은 마당 에서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과 공예품 등을 사고파는 벼룩시장을 열 예정입니다. 지난 여름에 한 번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라고 상큼하게 미소짓는다. (카페이젠:031 857 6500/ 의정부시 신촌로 45ㅡ1(가능1동))

■ 카페 담다(Cafe Damda)

그저 그런 카페가 즐비하다. 개성이 없고 주인도 없는 프랜차이즈 커피집이 차고 넘친다.

나는 이런 카페엔 안 간다. 커피맛도 맛이지만 도통 주인의 향기를 맡을 수 없다.

온통 종업원과 알바 천국이다. 기계적인 주문과 응대 뿐이다. 이런 곳에서 카페 문화가 꽃 필까.

▶주인의 취향을 쏟아부어

카페 담다는 주인의 취향이 물씬 풍긴다. 강한 커피향 만큼.

가능동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안골유원지로 걸어서 가면 10분 거리에 있다. 카페 주인 강용하씨는 살던 집을 6개월을 들여 리모델링 했다.

결과는 대박이다. 본인이 직접 카페를 꾸몄다.

솜씨가 '선수'다. 그는 인테리어 일로 밥을 먹었다. 30년, 인테리어를 한 내공이 이 '카페 담다'에 온축됐다.

본인의 장인 정신이 바로 이 카페에서 피날레를 장식한 듯하다.

▶방이 있어 식사하기 좋아

카페 담다는 살림집을 개조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참 푸근 하다.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몸에 스며든다. 사패산 초입이어서 조용하고 공기가 좋다.

조용하게 커피 한 잔에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드문 장소다.

카페는 모두 3층. 1,2층이 카페겸 식사 공간이고 3층은 산 언덕을 이용하여 테라스로 꾸몄다. 테라스가 꽤 넓다.

각종 모임과 행사를 하기에 딱 맞춤한 공간이다. 봄,가을에 음악회를 열기에 이만한 카페가 없지 싶다. 내가 연신 감탄하자 그가 카페 꾸민 내력을 말한다.

"인테리어를 오랬동안 하니까 이젠 남의 공간을 꾸미는 일은 그만하고 내가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게 뭔가 생각했죠. 어느 날 카페가 눈에 들어 오더라고요.사실 젊은 시절 시내에서 '코헨'이라는 경향식집을 한 경험이 있어요.

이 카페는 제가 살던 집이었으니까 누구보다도 애정이 가죠. 나이 들어 쉬엄쉬엄 가려고 합니다."

▶명품 오디오에서 LP음반에서 나오는 소리의 황홀

1층은 넓은 프라이빗한 방이 있다. 가운데에 빈티지 카페에 어울리는 오디오가 유혹을 한다.

LP음반이 주인장처럼 가지런히 있다. 빈티지 오디오가 장난이 아니다. 독일제 인티앰프 'MBL 708'과 50년 된 '텔레풍겐 플레인즈'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 따뜻하게 흐른다.

명품 오디오가 1층 분위기를 압도한다. 얼마만이냐. 오랜만에 LP로 듣는다.

내가 좋아하는 슈베르트의 첼로곡 '아르페지오 소나타'를 신청한다.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품격이 높다.

실내를 채우는 음악의 부피가 이렇게 큰 줄이야. 알고 보니 강용하 대표는 오디오를 30년 한 '선수'다.

수십년된 오디오와 음반에 애정을 쏟아왔다. 선곡이 고급스럽다. 한 오디오하는 쥔장의 취향 덕분에 손님들은 귀가 호사를 누린다.

▶쥔장 내외의 솜씨가 뛰어나, 디자인과 요리로

2층은 주택을 개조했기 때문에 가정집 카페 같다. 방마다 깔끔한 그림 한 점이 실내마다 화룡점정이다.

창으로 난 바깥을 보는 맛이 좋다. 산이 바로 앞에 있어 단풍들고 질 때 장관이겠다. 여기서는 커피뿐만 아니라 파스타를 위주 로 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강용하 쥔장의 아내가 음식을 솜씨있게 낸다. 카페 담다 내외는 모두 손으로 하는 것은 일품이다.

강용하 쥔장은 손으로 나무와 철,돌,흙,시멘트를 요리해서 건축과 디자인에서 일가를 이뤘다.

아내는 주방에서 각종 식자재를 솜씨 좋게 요리하여 한상 차리는 품새 가 도사급이다. 이래서 부창부수인가.

강용하 대표는 "내년 봄에는 재즈와 클래식 단체를 초대하여 작은 음악회를 열 예정입니다. 3층 테라스가 그런 문화 행사를 하기가 좋아요"라며 이젠 느긋하게 카페를 운영하며 소프트웨어와 컨텐츠를 채우겠다고 말한다.

'담다'에서 커피를 느긋하게 마시니까 얼마 전에 다시 읽은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이곳에서는 소설 속 노인처럼 커피만 마셔도 살 것 같다. "노인은 커피를 천천히 마신다. 이것이 그의 하루 식량의 전부다. 이것을 마시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있다" (카페 담다 : 031 874 4280/ 의정부시 가능동 581ㅡ206)

본지 객원기자 황현호(의정부 문화발전소 소장)

<본 기사는 의정부시 조례에 따른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