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다.

한반도의 지형은 대부분 산이다. 호남과 일부 영남 지역의 너른 평야를 빼고는 크고 작은 험한 산으로 이루어졌다.

북한산, 도봉산, 천보산, 수락산, 노고산이 의정부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특히 북한산, 도봉산은 바위가 크고 모양이 특이한 게 많다. 사계절 절경이 극치를 이룬다.

▶산을 펴면 표면적이 늘어나서 땅을 넓힐 수 있어

엉뚱한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내 주변엔 지겹게(?)도 많은 산들이 있다.

안그래도 한국은 산이 너무 많아 가용 토지가 부족 한 게 사실이다. 이 산들을 쫙 펴(?)면 땅의 표면적이 늘어 확 늘어난다. 마치 3차원의 입체 공간을 2차원으로 위상을 바꾸면 상당한 면적이 생기는 원리다.

한국은 그 동안 간척 으로 국토 면적을 넓혀 왔다. 우리는 이젠 보석 같은 갯벌 을 매립하지 말고 이렇게 산의 표면적이 풍부함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이젠 시화호와 새만금 갯벌을 버리고 땅을 얻는 행위는 더이상 하면 안 된다. 그것은 미친 짓이다. 갯벌에 대한 테러다. 갯벌을 매립하는 짓은 마치 다이아몬드를 돌로 만드는 일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한반도에 껌처럼 붙어있는 산을 통털어 펴면 우리나라도 지금의 면적보다 20%는 더 많아지지 않을까 꿈꿔본다.

▶망월사역에서 1시간이면 싑게 갈 수 있어

윈효사는 의정부 망월사역(1호선과 경전철 환승역인 회룡역에서도 갈 수 있다. 오십보 백보다)에서 출발한다.

대한민국은 전국 어느 도시와 마을이든 10~30분 안에 산에 도착하면 산행을 할 수 있다.

이렇듯 산행하기 최적의 조건을 갖춘 보기 드문 곳이 한국이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서울은 전세계에서 그 유례를 볼 수 없게 천혜의 산들이 즐비하다.

원효사 가는 길은 북한산 둘레길과 많이 겹친다. 초입 보루길로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산행에 접어든다.

사람이 절까지 가는 모습은 기차와 같다. 등산객은 심장이라는 엔진을 가동하여 그 에너지를 바탕 으로 다리라는 크랭크로 연결하여 발이라는 바퀴로 간다.

▶원효사는 풍경이 뛰어나게 좋아

원효사는 포대능선과 망월사 가는 기슭에 위치한다. 단풍이 들면 멋지다.

길은 흙길과 돌로 된 길이 뒤섞인다. 계곡은 바짝 말라있다. 그것은 젖이 바짝 말라붙은 애기 엄마 같다.

계곡에 마땅히 흘러야할 물이 없으니 보기에도 안쓰럽다. 절에서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이다.

북한산과 도봉산에 서식(?)하는 망월사, 회룡사, 원효사는 봉선사의 말사다. 원효사하면 일단 원효대사가 떠오른다.

신라시대에 활약한 원효는 기행과 뛰어난 저술 활동으로 유명하다. 원효는 대승신기론이라는 불교 책을 냈고 그의 '화쟁론'은 현재 우리사회는 여러 사회적 정치적 갈등을 푸는데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원효대사의 흔적이 있는 비구니 절

원효사는 망월사역에서 느릿느릿 느린 산행으로 가면 1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

여긴 비구니들이 수행하는 절이다 .일주문에 도착하면 좁은 터에 계단식으로 절을 조성했음을 알 수 있다.

보통 사찰처럼 너른 마당을 마련 할 수 없는 지형이다. 마치 계단식 논밭처럼 층을 이뤘다. 맨 꼭대기엔 칠성각이 있고 그 아래엔 대웅전이 있다.

원효사는 이름에서 한 몫 잡고 있듯이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안거하며 기도하던 곳임을 밝히는 작은 토굴 이 있다.

이후 고려 시대 스님들이 수행을 용맹정진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깨진 그릇, 수저, 기왓장 등 고려시대 유물들이 출토됐다.

▶원효대사 동상이 우뚝 서 있어

오후 3시에 도착하니 비구니 스님과 보살들이 나물을 다듬느라 손놀림이 분주하다.

혹독한 겨울에 먹을 채소를 다듬고 말리는 일은 절간에서 여간 중요한 일이 아니다.

좁은 마당엔 고양이가 게으르게 가을 햇볕으로 선탠을 하고 있다. 원효사 답게 원효대사를 기리는 동상이 있다. 그 동상 기단 옆에서 풍경을 바라본다

저 멀리 수락산의 위용이 뚜렷하다. 하늘이 높고 청명하여 수락산의 자태가 뚜렷하다. 초록이 시간에 굴복하여 그 광합성 작용을 점차 줄이고 있다.

나무들이 자연의 순리에 집단으로 복종하는 모습이 짠하다. 인간만이 자연과 맞짱

뜨며 문명이라는 무기를 사정없이 휘두른다.

그 좋은 예가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놓는 일이다. 국립공원인 설악산이 이 정도면 수도권의 허파인 북한산, 도봉산에도 그 여파가 쓰나미처럼 덮쳐 올까봐 마음이 편치 않다.

▶저녁 어스름은 고즈넉한 풍경이

의정부는 산이라 불리 우는 두 개의 보좌관이 있다. 좌 우로.

왼쪽엔 수락산 오른 쪽엔 북한산(도봉산과 사패 산) 이라는 믿음직한 산이 버티고 있다. 보좌관치고는 훌륭하다. 멋지다.

가을은 해가 짧은 댓가로 나무가 단풍이 들도록 허한다. 수풀은 해와 '밀당'을 하나보다. 사람은 거기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거기에 순응하고 따를 뿐, 순례자처럼.

오후 5시면 하산을 해야한다. 어둠의 '자식'이 스며들고 있다.

공양간에선 저녁 공양이 거의 된 듯하다. 나도 갑자기 시장기가 온다. 하산하여 막걸리에 빈대떡 생각이 굴뚝이다.

산에는 오르는 자는 반드시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단순한 사실이 좋다.

그래서 자연이고 자연스럽다. 하산을 하면서 원효사를 다시 뒤돌아 본다.

부처의 억겁 같은 시간 속에 해질녁 서산에 저무는 원효사가 속절 없이 가을 속으로 치닫는 모습이 서럽다.

풍경이 상처다.

본지 객원기자 황현호(의정부 문화발전소 소장)

<본 기사는 의정부시 조례에 따른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