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는 혓바닥이 아닌 우리 정서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

부대찌개는 슬픈 음식이다.

이 음식은 6.25동란 끝에 남한에 미군이 대규모로 주둔함에 따라 생겼다.

그 당시 미군부대에서 장병들이 먹다 남긴 잔반을 헐벗고 굶주린 이 땅의 백성이 챙겨 먹었다.

가슴 아프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역사지만 미군부대에서 흘러 나온 잔반은 '존슨탕'이라고 불리었고 '꿀꾸리죽'이라고 이름하였다.

백성은 한 때 그것도 없어서 못 먹을 정도 로 비참했다. 전쟁이 끝난 1952년 이후, 한동안 많은 사람 이 기아선상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살았던 시기였다.

이 잔반에 민초들은 김치와 마늘,고추가루 등 각종 양념을 쳐, 그나마 먹을만한 것으로 업그래이드 시켰다. 그게 오늘 날의 부대찌게가 된 것이다.

부대찌개는 슬픈 음식이다

80년대 초, 나는 부대찌개를 처음 먹었다. 동네 아는 형이 시민회관(그당시 시민극장과 시립도서관이 있던 자리) 지금은 그랜드 호텔을 헐어 새로 대규모 오피스텔 타운이 됐음)앞, 양일식당에서 부대찌개를 사줬다.

밥을 먹으면서 소주를 반주로 했는데 기가막히게 맛있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다.

넉넉한 고기와 햄, 소시지, 김치, 당면이 들어간 얼큰한 부대찌게는 나름 훌륭한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었다. 그 이후로 나는 가끔 이 음식을 즐기곤 한다.

그러구러 오늘날 그게 우리 고장의 명품 음식으로 자리매 김할 줄은 몰랐다. 일상이 쌓이면 역사가 되고 역사를 잘 해석하면 이렇게 음식 축제를 열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한 요리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이 먹는 음식을 알려 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말해 줄 수 있다"

부대찌개는 경기북부 사람들이 발명한 퓨전 음식

그렇다면 이 요리사의 말마따나 의정부 시민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부대찌개를 처음으로 만든 민초들의 창의성에 높은 점수를 준다. 그 지역 시민들은 미군이 많이 주둔한 의정부, 동두천, 파주 등 지역일 것이다.

이 지역 시민들이 창조성 이 높은 사람들이다. 서양과 동양의 먹거리를 우리식으로

재창조했으니 말이다.

부대찌개는 일종의 퓨전 요리다. 양식과 한식이 어찌어찌하게 결합해서 서민들이 즐겨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진화 했으니 지역의 명품 음식으로 내세울만 하겠다.

어차피 음식과 요리는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대찌개는 일찌기 퓨전요리 부문에서 1등의 영예를 누려도 큰 허물은 아닐 것이다.

매년 열리고 올해로 열 번째 축제

지난 10월 10(토)~11(일)일, 이틀간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열 번째 맞는 의미 있는 행사다. 비가 오고 날씨는 궂었지만 행사의 열기는 뜨거웠다.

보통 부대찌개는 8천원 한다. 이날엔 1천원을 에누리한다. 천원이 얼마 돼냐마는 까짓 기분이다.

축제는 돈 얘기를 삼가는게 예의다. 더군다나 푼돈을.

국악퓨전밴드 '끌림'과 미8군 군악대 '얼라이언스'가 분위기를 띄웠다. 각종 체험 부스가 있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공간을 넉넉하게 채웠다.

시장,국회의원 등이 어김 없이 얼굴을 내민다. 지역 축제니까.

부대찌개 업소에서 300인분 음식을 베풀어

이번 행사에도 토,일요일에 각각 300인분의 부대찌개를 무료 시식할 수 있게 했다.

이게 축제의 꽃이다. 먹거리 축제에 음식이 풍부해야 인심을 얻는 법.

부대찌개 거리에 있는 13개 업소가 내놓은 정성어린 음식이다. 다들 맛있게 드신다.

참고로 부대찌개에 쓰이는 김치는 모두 직접 담근다. 부대찌개 품질 관리 차원에서 꼭 지키는 불문율이다.

그래서 11월 말에 이 골목은 각 업소마다 모두 김장 담그느라 난리통이다. 물론 평시에도 김치는 직접 담근다.

의정부 부대고기 축제는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듯 하다. 행사 기간에 약 3만명이 다녀갈 정도면 성공적이다.

올해 이 행사를 끝으로 임기를 마친 박길순 (사)부대찌개 명품화협회 회장(의정부 명물찌개 대표)은 열 번째 행사를 마친 소감을 말한다.

"이번 부대찌개 축제에도 저희 13개 업소가 똘똘 뭉쳐 잘 치렀다고 자부합니다. 해가 갈수록 이 행사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느낌입니다. 지역 시민과 관광객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러면서 "내년 11회 부대찌개 축제도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고 한 가지 당부를 잊지 않는다.

일종의 민원이다.

부대찌개를 먹고 싶은 단체 관광객들은 이곳의 주차가 어려워 관광버스 기사들이 아예 오질 않는다는 것이다.

골목이 너무 복잡하고 빈 공간이 없어 관광버스 업계에서는 기피 지역이 됐다고 가게 주인들은 하소연이다.

주차난이 심해 영업에 타격을 입어

"부대찌개 골목이 구옥이고 구시가지 라서 주차난이 심각합니다"

"이젠 주중 주말할 것 없이 주차 문제로 속앓이가 한두 해가 아닙니다"

"시에서 빨리 대책을 세워 주차난을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대찌개는 일종의 쏘울 푸드가 됐다. 라면처럼 말이다.

소설가 김훈이 라면을 이렇게 맛있게 정의한다. "라면의 인은 혓바닥이 아니라 정서 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

부대찌개는 중독성이 있어 인이 박히는 음식

김훈의 라면 예찬을 나는 부대찌개로 바꿔 써도 부대찌개 예찬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부대찌개엔 사리로 라면이 나오니 그 뜻은 겹으로 두껍다.

"부대찌개의 인은 혓바닥이 아니라 우리의 정서 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

본지 객원기자 황현호(의정부 문화발전소 소장)

<본 기사는 의정부시 조례에 따른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