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그래서 SNS, 20여개가 되는 밴드 중에 커피 밴드가 두 개 있을 정도다.

그 두 개의 밴드 중에 '커피올어바웃(Coffee All About)'이라는 게 있다. 행운이라면 행운인 게 거기서 엘리시아 카페를 알았다.

이 카페(주인, 방현숙)는 아기자기하다. 의정부 민락동 '이편한아파트' 주택가에서 좁장한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다.

대로에서 한참 들어와 있어 전형적인 동네 카페다. 동네는 아주 조용하다.

한낮, 태양의 열기가 골목을 표백시킬 정도로 뜨겁다. 그러거나 말거나 동네 중심 분지에 카페가 있어 눈에 금방 뛴다.

동네 한 가운데에 아담한 카페가 중심이 되어

엘리시아 카페는 1,2층과 멋진 야외 테라스로 짜여졌다. 5월 하순,테라스 옆 담장에 핀 장미가 강렬하다.

바람이 시샘을 한다. 찰라에 붉게 핀 장미 서너 송이를 흔든다. 꽃도 바람 앞에 어쩌지 못한다. 햇볕은 종요롭고 장미는 공기의 흐름을 탄다. 늦봄, 바람에 흔들리는 장미의 자태가 리드미컬하다.

시인 옥타비오 파스는 말한다. "모든 것은 바람에 속하고 바람은 영원히 여행하는 공기이다 "

나는 야외 테라스 테이블 의자에 앉아 맞은 편에 있는 정원을 본다. 마치 유럽의 어느 시골 카페에 온 듯 하다.

에스프레소를 시킨다. 언어의 응축이 시라면 커피의 압축파일은 에스프레소(줄여서 '에소'라고 부른다)다. 내 버릇이다. 처음 간 카페어서 마시는 커피는 '에소'다.

식당은 음식이 맛있어야 하듯이 카페는 커피가 맛있어야 한다. 그 출발은 '에소'에서 출발한다. 그게 커피맛의 첫 출 발 지점이다.

그 '에소'에서 커피의 '파생 상품'이 줄줄이 나온다.

물 타면 아메리카노, 우유 타서 마시면 카페라떼, 우유에 거품 내서 하트 같은 문양을 뽐내면 카푸치노, 쥐방울만큼 적게 우유 한 방울 떨어뜨리면 마끼야또, 얼음 타면 아이스아메리카노. . .한도 끝도 없다.

실내디자인을 절제하고 나무와 책이 인테리어가 돼

'에소' 맛은 보통이다. 이 카페는 커피를 직접 볶는다.

커피 볶는 기계가 2층에 터를 잡고 있다. 사이드메뉴가 제법 많아 커피에 요기하기에 좋다.

테이블은 11개가 있고 45명이 수용 가능하다. 카페에는 곳곳에 책이 많다.북카페 스타일이다.

주인의 취향이 묻어난다.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실내 디자인을 최대한 절제했다.

그래서 여백의 미가 돋보인다. 요즘 실내 장식 트렌드 이렇다. 이젠 예전처럼 실내디자인에 과다하게 투자하지 않고 '비움의 미학'이 두드러진 공간 연출이 인기있다.

공간을 비우니까 고객의 시선이 담백하다. 편안하다.

엘리시아 카페는 건물주가 운영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만큼 집주인의 '권세'는 우리사회에서 세다.

이 카페는 주인의 권세가 많이 반영된 건물이다. 외벽 색깔이 밝다.동네 분위기를 화사하게 한다.

카페 리모델링할 때 공사 기간이 무려 4 개월이나 걸렸다. 주인 건물이 아니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마감을 주로 원목으로 처리했다. 나무 자체가 마감 인테리어가 된 셈이다.

엘리시아는 동네 주민과 친해

카페의 특징을 묻자 주인 방현숙씨는 "여긴 동네 카페라서 이웃이 주로 옵니다.평일 2층엔 젊은 연인들이 오거나 공부하러 오는 대학생이 있고, 주변에 교회가 많아 주말 에는 교회 손님들이 많이 온다"고 밝히면서 "이 카페 에서 독서모임 하기가 좋아 주부들이 정기적으로 이용한다"고 말한다.

최근 2~3년 사이에 카페가 무척 많아졌다. 프랜차이즈 커피점과 동네에서 개성있는 카페들이 적지 않다.

한정된 상권과 손님으로 카페 차린 후에 6개월 안에 조용히 없어지는 카페도 부지기수다.

방현숙씨도 우려스러워 하는 게 그 점이다. 그이의 말대로 엘리시아 카페의 반경을 둘러봐도 카페가 18개가 될 정도라고 하니 그 실상이 예상 밖이다.

카페 크게 차렸다가 금방 접은 카페들은 높은 월세를 버티지 못한 탓이 크다.

그래도 사람들의 로망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이다.

주인장은 카페에 있으면 손님 중에 꼭 카페 차릴 거라면서 꼬치꼬치 캐 묻는 이들도 심심찮다고 말한다. 이 정도면 카페 천국이다.

이 세상엔 제행무상이 아닌 게 없다. 만물은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

엘리아 카페도 변신을 꾀할까 정중동이다. 여름에는 맥주를 원하는 분들이 많다.

여기 테라스에서 골목을 바라보며 한잔의 맥주는 꿀맛이겠다. 요즘 같은 한여름에랴.

아닌게 아니라 방현숙 쥔장은 주변 분들이 와인과 맥주를 취급하라고 보챈다고 귀뜸한다. 본인도 그게 고민이다.

사실 카페는 여러 음료가 있는 게 맞다. 서양의 카페엔 커피만 파는 곳은 아주 드물다.

그 곳엔 온갖 음료를 다 판다. 스타벅스도 와인을 파는 곳이 생겼다. 손님의 반응을 살펴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 설계와 와인리스트에 신경을 쓰고 있다.

커피의 카페인과 와인과 맥주의 알콜은 그리 먼 '친척'은 아니다. 카페가 낮엔 커피라면 밤엔 술이다. 거기엔 무리가 없겠다.

공간을 멋지게 연출하면 주민의 사랑을 받을 수도 충분히 있겠다.

테마 카페를 지향하는 엘리시아

요즘 카페는 포화 상태라 나름 차별화 하려고 애를 쓴다.

카페가 개성을 가지려면 주인의 취향과 개성이 묻은 '테마 카페'가 유행이다. 이 집 주인도 그 컨셉이 있는 카페로 자리매김하고자 애쓴다.

카페 엘리시아(Elysia)는 엘리시아의 복수형인 엘리시움(Elysium)이다. 그 뜻은 '이상향'과 '최상의 행복'이라는 뜻이다. 그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온다.

엘리시아는 북카페로써 동네의 훌륭한 사랑방 역할이 되길 주인 방현숙씨는 바란다.

이 카페는 공간이 아기자기해서 책읽기 모임을 하기에 딱이다. 그럴려고 책으로 인테리어를 한 것이다.

여기에 동네주민이 마실와서 한 가족이 각자 책 한 권씩 가지고 와서 빙수 하나 놓고 책 읽으면서 한여름 낮과 밤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보다 책 읽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 거기 탁자 위에 와인 한 잔이 있다면 그건 낭만이다.

우리네 삶이 갈수록 팍팍해져 책과 와인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그래도 인생이 살만하다 하겠다.

나는 조만간 주말에, 요즘 인기있슷 신간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저자)' 한 권 들고 와인 한 잔 하러 갈 참이다.

책과 와인의 조합이 의외로 '섹시'한 느낌이다. 이제 여름이다. 책읽기 딱 좋은 계절이다.

본지 객원기자 황현호(의정부 문화발전소 소장)

<본 기사는 의정부시 조례에 따른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