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모니터링>

여성을 내세우는 대출광고의 치명적인 유혹(?)

ⓒ 대출광고 비평 일러스트

최근 몇 년 동안 경제가 급속히 내리막을 타면서 서민들의 생활은 정말 어려워졌다.

그 때문일까? 공중파나 케이블에서 대출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러쉬 앤 캐시,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현대캐피탈, 솔로몬, 웰컴 론, 원더풀 론, 미즈사랑, 마우스론...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찬 대출기업의 광고들을 쉽게 접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대출광고는 지역신문이나 골목 등에 주로 게재 되었다. 그러나 대부업체들이 정식 등록절차를 거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침으로서 어디서나 쉽게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 뒤 감당해야 할 살인적인 높은 이자에 대한 이야기는 빠진 채 전화만 하면 서류절차도 없이 짧게는 몇 분, 길어야 30분 안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연예인들의 멘트는 어쩌면 돈이 필요한 소비자들에겐 얼핏 구원의 손길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자칫 선행이라도 베푸는 듯 한 숱한 대출광고를 보며 얼마나 많은 어려운 이들이 사채의 유혹에 빠질지 우려가 앞선다.

최근 대출광고는 연예인을 동원한 무작위 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도 걱정이지만, 광고속에서 보여지는 여성이미지는 더욱 불쾌하고 심각한 상황이다.

첫 번째, 여성의 성 상품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솔로몬저축은행’의 대출광고이다.

한 남성이 “대출이 될까?”라는 멘트와 함께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멈춰있던 분수대에서 물이 쏟아지고 그 물을 뚫고 굉장히 도발적인 의상을 한 여성이 등장해 ‘솔로몬이 있잖아’라며 선정적인 춤을 춘다. 그러면 주변에 있던 남성들이 환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 연출된다. 특히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제시카 고메즈)의 가슴이 강조되는 화면으로 여성의 성 상품화를 조장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원더풀 론’ 대출광고에서도 볼 수 있다. 상관인 듯한 남성이 앞에 서 있는 여성에게 다짜고짜 “내리세요!”라고 하면 그 여성은 윗옷 단추를 만지작 거리며 당황해 한다. 이어 그 상관이 “더! 더!..”라며 엄포를 놓는 장면이 나온다. 알고 보면 광고내용은 대출이자를 내린다는 이야기지만 이 사례 또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놓고 상품화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여성은 오로지 성적 대상으로만 의미가 있다는 잘못된 편견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며 여성을 노골적으로 성적 대상화해 드러내는 이들 광고의 얄팍한 의도가 보일 뿐이다.

두 번째, 성역할 및 성고정화 관념의 강화이다.

‘여성을 아끼는 대출’을 표방하며 시리즈물로 방송되는 ‘미즈사랑 대출’의 광고내용을 보면 여자운동선수(유도복을 가지고 있는)가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남자로 오인해 식당에 있던 한 여성이 “여긴 여자들만의 식당인데...”라고 의아해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주방장이 요리를 내놓으며 “여잔 겉보다 속이 부드러워야 진짜 여자지...”라는 장면이 나온다.

‘현대캐피털 다이렉트론’의 경우는 두 광고가 번갈아 방송되는데 남성이 등장하는 광고의 내용을 보면 쇼파에 누워 편안히 스포츠 프로그램을 보며 대출을 받는데 비해 여성이 등장하는 광고는 주방에서 빵을 구우며 대출을 받는다.

다른 사례로는 최근 시리즈물(일명 고자질 시리즈)로 방송되는 ‘현대스위스 저축은행’의 대출광고이다.

유명 여자연예인이 아무도 없는 대나무 숲속으로 깊이 들어가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안심한 표정으로 “000은 아직도 현금서비스밖에 모른다”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그 다음 시리즈에선 앞서 언급되었던 000가 등장하는데 방송국뉴스(생방송임이 분명한)에 갑자기 등장해 “***는 아직도 현금서비스밖에 모른다” 고 소리친다. 여성은 고자질조차 아무도 없는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서 하는 소극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반면에 남성은 만인을 대상으로 대놓고 하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거론한 세 광고를 보면 남성은 거실의 쇼파에 여성은 주방에 배치시키고 있으며, 그들의 활동무대(?)도 남성은 공개적인 방송국, 여성은 아무도 없는 숲속으로 가둬놓고 있고 게다가 겉보다 속이 부드러운 여자를 진짜 여자로 만들며 성의 역할 이미지를 왜곡해 고정화하고 있는 사례들이다.

세 번째, ‘여성의 비하’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즈사랑’광고에서 그려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맞아 얼굴에 멍이 든 엄마와 딸이 등장한다. 그때 딸이 엄마에게 “엄마! 그 아저씨가 좋아?”라고 발언해 그 광고를 보는 모든 사람이 그 엄마라는 여성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도록 장치해 놓았다.

그 엄마는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식당에서 주문한 자장면이 한 개 더 무료로 제공되자 “이럴 줄 알았으면 탕수육 시킬걸...”이라고 말한다.

이쯤 되면 모두들 여성인 그 ‘엄마’에 대해 생각도 없고, 어린 딸 앞에서 부끄러운 짓을 하는 여성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폭력을 당하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마치 맞을법한 인물로 왜곡되어 묘사하며 여성을 비하하는 것이다.  광고는 이미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에서 대중들의 일상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만큼 광고의 ‘일상성’이 자칫 인간의 가치와 규범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쳐 무의식중에 왜곡된  ‘여성’ 이미지들을 고정화하는 역할을 할까 심히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앞서 살펴 본 ‘대출광고’를 바라보는 평가가 빠른 시간내 극복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의정부여성회 미디어모니터팀<미모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