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 동장군이 물밀듯이 쳐들어온다. 내일은 더 추울거라는 뉴스에 마음까지 언다.

길은 빙판이고 바람은 씽씽분다. 행인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공공과 상업공간이 합체하여 활기찬 장소로 거듭나 의정부역사는 민자로 지었다. 그래서 역과 백화점이 활기차게 동거하고 있다,

애인처럼. 의정부역과 신세계백화점이 탄생한다. 찰떡궁합이다. 쇼핑과 교통이 랑데뷰를 이룬 복합건축물이다.

6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캠프홀링워터

의정부역사와 흥선지하도 사이 광장은 미군기지 '캠프 홀링워터'가 있던 자리다. 60년 동안 미군부대로 쓰던 '특별한' 장소다.

6.25전쟁의 상흔이 온 국토에 흔적을 남겼다. 그 생채기는 모질었다. 유독 경기북부 중에서 의정부 동두천 파주는 몸살을 앓아왔다. 아직 진행형이다.

분단의 '독박'을 옴팍 뒤집어 쓴 곳 중에 하나가 의정부다.

장기간 미군이 주둔함으로써 시민과 갈등을 적잖이 겪어왔다. 지금도 미군들의 행패는 심심찮게 벌어진다.

의정부는 아직 분단의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흐르는 물처럼 미군이 떠나고 그 자리에 시민이 즐길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들이 생겨서 기쁘다.

미군기지가 시민휴식 공간으로

캠프홀링워터 기지는 이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집 나간 탕아가 돌아온 듯하다.

그 공간은 너른 광장(1만1천497 넓이)으로 화장을 했다. 패셔너블하게 공원을 꾸몄다. 새색시 같이 깔끔한 자태다. 곳곳에 쉴 수 있는 벤치가 있다.

의정부시 승격50년 상징물도 있다. 그 중에 의미 있는 것은 베를린 장벽을 허물 때 나온 콘크리트 조각 다섯 개가 있다.

베를린 중심부에 있는 브란덴부르그 개선문을 본떠 그 아래에 벽돌을 그럴듯 하게 설치했다.

한국과 독일(서독)은 한 때 분단국 이라는 동병상련을 겪어 왔다. 하지만 서독이 먼저 '배신'을 때린다. 서독이 동독과 1989년 전격적으로 '결혼'한다.

세계적인 결혼이다. 한국(남한)은 독일을 축하해 줬다.

우리도 곧 북한과 '결혼'하리라는 희망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산가족의 피와 눈물은 메말라가고 남북의 긴장은 줄어들기는 커녕 롤러코스트를 탄다.

독일 통일이 한국인에게 질투와 우울을 준다. "독일은 통일 하는데 한국은 ?"

한국은 아직 분단의 고통을 이고 있다. 의정부역사 앞에 있는 테마공원에서 독일 통일의 흔적을 보는 심정은 묘하다.

그 상징물은 독일인들이 자기네처럼 언젠가는 통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 같다.

광장앞은 경기북부 교통의 중심지

이 테마광장 앞은 의정부를 넘어 경기북부 교통의 핵심지역이다.

3번 국도가 서울과 포천 일산 양주 동두천 등지로 사방팔방 뻗어 나간다. 동쪽는 구시가지고 서쪽은 신시가지다. 그 경계는 철도시설물이 가르고 있다.

한반도 허리에 휴전선이 있다면 의정부 중심가는 철로가 동서를 분단하고 있다. 의정부는 '분단도시'다. 분단국가의 분단도시다.

오랬동안 동서로 도시의 기능이 나눠진 느낌이다. 이게 '의정부의 베를린 장벽'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시민들은 심리적으로 동과 서로 나눠졌다. 실제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려면 대부분 지하도라는 낯선 공간을 통과해야 한다. 그로인한 생활권도 다르다.

철도가 도시를 분단

의정부는 1986년 전철이 개통됐다. 그 전에 도시계획에 시 중심가는 지하로 전철이 다니게 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지금은 손을 댈 수 없다.

그때 도시기획가와 행정가들이 이 도시를 좀 더 넓은 시평으로 봤다면 의정부가 이렇게 왜곡되고 불균형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원망스럽다. 아니 그들한테만 그 폐해를 덮어씌울 순 없다. 그런 행정가를 뽑은 시민의 수준이 그것 밖에 안 된 것을 어디다 탓하랴.

쓰면 떫지나 말아야지.그 것도 모자라 경전철까지 '덧칠'을 했는데 더 말해 무엇하랴. 중첩된 도시의 비극. 설상가상도 이런 설상가상은 없다.

ⓒ 캠프 홀링원터 옆 베를린 장벽 공원

광장은 사람이 모이는 메카다

의정부역사는 미군기지 캠프 홀링워터 부지를 돌려 받아 오른쪽과 왼쪽에 너른 광장을 두고 있다. 좌청룡 우백호다.

남측 부지에는 의정부시가 지난해 봄 코스모스 꽃밭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공개했고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 공원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한 바 있다.

올해는 땅 주인인 국방부가 이를 거부해 황량한 공터가 신세계백화점 앞을 막고 있다.

캠프 홀링워터는 땅을 국방부로부터 사들이는 것이 완료되면 시민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 광장은 시민이 당연히 누리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난다.

광장을 시민에게!

본지 객원기자 황현호(의정부 문화발전소 소장)

<본 기사는 의정부시 조례에 따른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