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에 도시 풍경을 풍부하게 하는 장소가 하나 있다.

'행복로'라는 길이다. 일명, 차없는 거리라고도 부른다. 7년 전만해도 이 길은 차들이 다닌 도로였다.

좁아터진 시내에 사족처럼 가운데를 관통하는 거리였다. 흔히 중앙로라고도 불렀다.

어느 도시든 흔히 중앙로가 있다. 또 학교나 유치원 등은 중앙이 들어가면 최초와 최고를 자랑하는 아우라가 있다.

▶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한 카페 거리

행복로에는 요즘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각광 받고 있다. 시민들이 한낮의 더위를 피해 길 중간에 놓인 탁자와 산책길 옆,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식힌다.

해질녁이면 젊은이와 학생들이 이 거리를 부풀게 만든다. 어둠이 깔리면 노래하는 이와 자기 달란트를 선보이는 거리의 악사들이 모여든다.

특히 토요일 오후 저녁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장소야말로 시민들이 누리는 기쁨 중에 하나다.

▶좌청룡엔 카페가 우백호엔 커피숍이 즐비

이 거리를 걷는다. 의정부역 네거리에서 포천로타리까지 약 150m 행복로는 양옆에 각종 카페와 프랜차이즈 식당, 휴대폰 가게와 은행들이 포진해 있다.

거리의 중간에는 준 공원으로 꾸며 호젓하게 산책할 수 있다. 너무 짧긴 하지만 말이다.

특이한 점은 이 거리에는 카페가 많다. 거의 한 집 건너 카페가 있을 정도다.

이 거리가 조성된 지 불과 5~6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이 길은 젊음이 넘쳐난다.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와 휴식 공간이 카페로 정착된 느낌이다.

추우면 카페에 들어가 추위를 녹이고 요즘처럼 불볕 더위엔 에어컨 빵빵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행복로에는 차가 없어 행복하다. 도시에서 걷기에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 거리가 좀 짧긴 하지만 가게마다 개성있게 꾸민 곳들이 많다.

입이 심심하면 간편하게 먹을 수있는 다국적 기업이 운영하는 맥도날드,버거킹, 등이 있다.

이런 매장들은 입맛이 서구화된 학생과 청년들에게 인기있다. 거기엔 늘 사람들로 가득하다.

▶쉼터와 주점으로 인기 있는 노천카페

나는 행복로를 즐겨찾기 항목으로 모니터링을 한다면 서너 곳을 얘기할 수 있다.

이 거리의 매력은 단연 노천카페다. 내가 사랑하는 장소다.

내가 좋아하니 의미도 풍부하다. 행복로 중간쯤, 농협 앞에 있는 돋을세움 토대를 올려 그럴듯한 노천카페가 있다.

여름 한낮에는 더위를 피하긴 어렵지만 봄과 가을에는 인기가 좋다. 그때 여기서 마시는 커피맛은 꿀맛이다.

커피값의 반은 분위기라는 말도 있듯이 이 노천카페야말로 시민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다.

여름에는 아침 10시 이전에 와서 신문을 보거나 좌청룡 우백호에 포진돼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 뽑아 마시면 훌륭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한 한여름 오후 5시 이후에 는 캔맥주 하나를 사와 더위에 지친 몸을 추스릴 수 있다.

밤에는 본격적으로 '노천주점'이 된다. 넓은 테이블에 소주, 막걸리, 맥주가 질펀하게 널려 있다.

어떤 이는 치킨을 시켜 안주로 간단하게 해결한다. 나는 지인과 친구들을 불러 가끔 여기서 '와인파티'를 연다.

특히 꽃 피는 봄인 3월 말~4월 초와 9월 하순~10월 말까지는 술 마시기 좋은 계절이다.

이 노천카페는 만인에게 개방되어 심야까지 자유롭게 '운영' 된다.

나는 세금 내는 것을 공공 시설물을 적절히 이용 함으로써 세금을 '환급'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합리적이고 가성비 높은 이디야커피

내가 즐겨찾기 하는 곳은 노천카페 앞에 있는 이디야 카페다.

사실 한국은 커피값이 지나치게 비싸다.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불만을 커피와 함께 삼킨다.

유럽의 대도시에도 커피(에스프레소) 한잔이 1~2유로한다. 우리는 거의 4천원이 넘는다.

우리나라 커피 잔에 거품이 가득하다. 이디아카페는 커피값이 싸다. 아메리카노가 2천8백원이다.

이 정도면 합리적이다. 일명 '가성비'가 좋다는 뜻이다.

행복로는 카페의 거리다. 150m 길을 걸어보라. 카페가 얼마나 많은지를.

사르트르는 카페는 자유를 향한 길이다'라고 말한다. 카페에서는 자유로운 생각과 사상과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그는 카페에서 글을 쓰고 논쟁하고 그의 실존 철학을 다듬었다.

시민들이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생각의 교류와 만남의 기쁨을 누린다는 뜻이다.

젊은 시절 바(bar)를 운영했던 소설가 하루키는 커피를 즐겼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을 한다.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는 선율처럼 따뜻하다.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 풍경은 나를 축복한다"

▶숭문당 서점이 행복로를 활성화시켜

즐겨찾기 세번 째는 서점이다. 행복로에는 '뜻밖에' 서점이 있다.

숭문당은 50년 넘은 서점이다. 이 정도 연식이면 역사가 된다.

주말에는 행복로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들에게 책을 사주려는 부모가 제법있다. 물론 이 길을 어슬렁거리다 서점에서 책을 보는 이들도 많다.

서점이 점점 없어지는 이 황폐한 시대에 그나마 숭문당이 꿋꿋이 버티고 있어 다행이다.

의정부엔 서점다운 서점은 숭문당과 신세계백화점에 있는 교보문고 뿐이다.

책을 통해 시민과 밀도 높은 접촉을 하는 곳은 숭문당이다. 나는 오랫동안 숭문당을 드나들었다. 책을 사든 안 사든.

사람과의 약속도 숭문당에서 숫하게 잡았다. 약속 장소로는 최고다.

이 동네에서 숭문당은 나하고 같이 늙고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서점 경기가 예전 같지 않아 숭문도 얼마나 버틸지 조마조마하다.

책 없는 행복로는 행복하지 않다. 부디 의정부 역사와 함께 하길 꿈꾼다.

본지 객원기자 황현호(의정부 문화발전소 소장)

<본 기사는 의정부시 조례에 따른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