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서산으로 꼴딱 넘어가고 바람은 살랑살랑, 섹소폰에서 흐르는 '베사메 무초' 멜로디는 부용천 물결에 얹혀 함께 흐른다"

강과 하천은 사람으로 치면 혈관이다.

땅이 살이고 산이 뼈고 산맥이 척추라고 하면 의정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중량천은 중요한 혈관이다.

이 혈관에 핏줄을 대는 '새끼' 하천이 부용천, 백석천, 회룡천이다.

▶부용천은 의정부의 혈관

그 중에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 부용천이다. 포천을 거쳐 산곡동에서 발원한 부용천은 경전철과 그 '노선'을 얼추 같이 한다.

부용천은 경전철과 사이좋게 같이 흐르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해서 민락동, 용현동 롯데마트를 지나 금오동 홈플러스를 패스하고 신곡동 터미널에서 중량천이라는 어미를 만나 생을 완성한다.

나는 일주일에 3~4일은 부용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한다.

생업으로 하는 생산품을 자전거에 싣고 신곡동 금오동 민락동을 왔다갔다 한다. 한편 어떤 날은 자전거로 운동삼아 이 하천을 오곤 한다.

그때마다 느낀 건 이 하천 주변에 설치한 각종 시설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주로 운동 기구이다.

▶부용천 다리 밑은 훌륭한 쉼터이자 사교장

터미널 방향에서 용현동 방향으로 가다보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농구장과 배드민턴 연습장과 롤러 브레이드, 스케이트 보드를 즐길 수 있게 시설이 깔끔하다.

요즘 같이 무더운 날, 해질녁엔 산책하거나 조깅,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꽤 분비기도 한다.

이 코스에는 다리가 8개가 된다.

그중 금오동 금오여중에서 백병원 가는 다리 밑에는 훌륭한 그늘과 쉼터가 있어 어르 신들이 어울려 바둑과 장기를 즐기기도 한다.

장기,바둑두는 주위에는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제법 흥이나는 모습이다. 자주 막걸리 추렴을 하여 사람들이 꾸여구역 꼬이는 장소가 됐다.

그만큼 활성화가 됐다는 얘기다.

이 쉼터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사람들로 은성하다. 자주 이곳에 '출근'하는 김ㅇㅇ씨의 얘기를 들어본다.

"부용촌 다리밑 이 쉼터가 우리 같은 노인들한테 아주 좋아요. 특히 여름엔 더위를 피하고 쉴 수 있고 친구를 만나 장기,바둑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 바로 앞에 하천이 있어 넉넉하게 풍경을 볼 수 있어 만족스럽니다. 양노원이나 노인회관은 답답하거든요. 여긴 확 트여 있어 공기도 좋습니다."

덧붙여 김씨 어르신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리 밑에는 시에서 약간의 편의 시설을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는 "튼튼한 평상을 들여 놓으면 많은 사람이 쉴 수 있는 훌륭한 쉼터"라고 강조한다.

▶운동 시설이 잘 갖추어졌고 훌륭한 산책 코스

저녁 어스름. 밝음이 서서히 퇴각하고 어둠이 스며들 이 시각. 서쪽 하늘엔 노을이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더위에 지친 시민들은 더위를 식히러, 운동하러 분주히 오고 간다.

하천변에는 청소년들이 땀을 수직으로 흘리며 농구 시합이 한창이고 장년 부부 두 쌍은 배드민턴 코트장에서 콕을 상대편에 넘기기 바쁜 모습이다.

이들은 규칙적으로 이 코트를 이용하는 듯하다.

거의 매일 부용촌 산책을 즐기는 젊은 부부의 중량천 예찬을 듣는다.

귀여운 강아지와 유치원 다니는 딸 아들과 함께.

"저희는 민락동에 삽니다.저녁 어스름 때 어지간하면 산책을 나옵니다. 터미널 부근까지 갔다가 집 부근 송산역까지 1~1시간 30분 정도 왕복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강아지도 운동 시키고 남편하고 이때 대화를 합니다. 의정부가 산이 많아 좋지만 하천에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이런 체육 시설과 산책 코스가 있는게 맘에 듭니다"

부용천에는 드물지 않게 백로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풍경을 보면 이 하천이 맑고 깨끗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모습이야말로 시민들의 정신 건강에 더 없이 좋다.

이제는 도시가 어느정도 완비가 됐기 때문에 이런 자연 환경과 공원과 같은 소프트웨어에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게 도시의 디테일이다.

▶부용천 산책 코스가 겨울에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옥에는 티가 있다고 했나. 우리나라 겨울은 대부분 외부 산책과 운동, 자전거 통행 등이 끊긴다.

추운 날씨 탓도 있지만 이는 행정 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여 이를 더욱 부추킨다.

겨울에는 부용천 산책 코스와 자전거 통행은 거의 끊긴다. 눈이 많이 와서 잘 녹지 않아 사람과 자전거가 다니니 무척 힘들다.

겨울엔 거의 빙판이어서 늦겨울이나 초봄이 되어야 해빙이 된다. 이 기간에 시민들의 뱃살은 늘고 개들은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우울과 우울증은 걷기와 운동에 반비례 한다. 정신과 의사들이 좋아하는 계절이 겨울이다.

따라서 겨울에도 시에서 부용천 코스에 제설작업을 하여 시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할 수 있게 신경을 써야 한다.

많은 돈은 들여 조성한 이 시설물과 길을 겨울엔 못 쓴 다는 것은 비효율이자 낭비다.

홈플러스 부근에 사는 초로의 남자는 이게 아쉽다고 거든다.

"일년 내내 부용천을 걸으며 운동합니다. 하지만 겨울은 이용하기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사람들도 이구동성 말 합니다. 겨울에 눈이 오면 일반 도로처럼 눈을 치워 줬으면 좋겠어요. 걷는 게 가장 좋은 운동인데 겨울엔 그게 안 돼 불만입니다. 올 겨울에 하도 답답해 나섰는데 걷다가 빙판에 미끄러져 혼났습니다. 그 후론 여긴 겁이나 겨울엔 안 다닙니다"

사실 나도 자전거 타고 민락동에 볼 일이 있어 가다가 두 번 미끄러졌다. 다치진 않았지만 낭패였다.

아파트가 고층이어서 그 그림자 때문에 많은 구간이 겨울내내 빙판 응달로 버티고 있다.

▶부용천은 의정부의 뛰어난 자연 소프트웨어

강과 하천이 있는 도시는 풍요롭다. 문명의 발상지들은 예외 없이 강과 바다를 끼고 있다.

물자의 운반과 농사 짓기 좋은 환경이 강과 하천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강과 하천은 수렵으로 인한 먹거리 제공도 빼놓을 수 없다.

의정부 시민들은 의정부에 대한 좋은 점을 두고 여러 가지 말한다.

산이 많아 공기가 좋고 서울로 가는 교통편이 비교적 많다고 한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이 있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기뻐한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시민들이 부용천, 회룡천, 중량천이 있어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덧붙인다. 이건 생각보다 중요한 의미다.

시민들이 늘 산책하고 운동하고 더위를 피해 소일거리를 할 수 있는 곳이 탁 트인 하천변이라고.

따라서 시당국은 시민들의 이런 욕구를 잘 헤아려 시정에 아낌 없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말도 있듯이 이제 시정도 섬세한 디테일 시대다. 거대 담론에서 작은 것으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는 이 전환기에 더욱 디테일이 중요하

다.

▶하천변에서는 공연이 심심찮게 있어

부용천 홈플러스 부근에서 터미널 방향으로 조금 걸으니 멜로디가 강과 함께 흐르는 것을 듣는다.

섹소폰 연주자가 하천변 간이 무대에서 여러 곡을 연주한다. 연주자의 실루엣이 오히려 그의 아우라를 북돋는다.

운동하던 이가 멈추고 산책하던 중년이 스톱하고 자전거로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도 음악 앞에서 하나가 된다. 청중이 몰두한다.

해는 서산으로 꼴딱 넘어가고 바람은 살랑살랑, 섹소폰에서 흐르는 '베사메 무초' 멜로디는 부용천 물결에 얹혀 함께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