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은 악랄했다.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시민들은 신음했다.

두 달 동안 염천에 시달린 이들은 전기료에 또 한 번 폭탄을 맞는다. 이래저래 이번 여름은 힘들게 통과한다.

안골계곡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책길

의정부는 사방이 산이어서 어딜가나 산에 쉽게 갈 수 있고 어렵지 않게 계곡에 접근할 수 있는 고장이다.

특히 안골계곡은 여름만 되면 시민들이 즐겨 찾는 유원지다. 계곡 좋은 물가에는 음식점 하는 이들이 오래 전부터 자리를 터를 잡고 여름 장사로 한몫을 보려고

손놀림이 빠르다.

더위를 피해 피난 온 사람들은 식당 주인이 안내하는 계곡으로 계곡으로 몰려든다.

여름의 끝자락이자 가을을 여는 초입에서 안골입구에서 서성인다. 오전 11시에 안골 입구에서 안골계곡으로 어슬렁거린다.

지난 번 왔을 때의 폭염은 온데간데 없이 가을 날씨에 하늘은 청명하다. 지난 여름 염천에 시달릴대로 시달린 몸은 어느덧 가을 날씨를 반기고 있으니 인간은 참 간사

하다.

이렇게 지난 여름을 '멸시'해도 되는지.

안골계곡엔 괜찮은 맛집과 카페가 있어

가능3동 다리 앞에 있는 큰 입간판이 '안골계곡'임을 알려준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에 있는 'ㅇㅇ숯불갈비집'은 가끔 가는 식당이다. 김치를 비롯한 모든 채소를 직접 길러 맛갈난 반찬을 내온다.

화학조미료를 (거의)타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찾는 식당이다. 쥔장의 음식 솜씨가

일품이다.

150미터 쯤 약간 경사진 길을 일방통행길을 올라간다. 양 옆에는 주택들이 행인에게 사열을 받는다.

곧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왼쪽길은 하행 일방도로이고 우회전 하면 본격적으로 안골계곡에 접어드는 셈이다.

올 여름엔 더위에 공습당한 시민들이 '피난'을 와

음식점들이 지난 여름 화려한 장사를 해서 이젠 그 끝물 임을 드러낸다. 계곡엔 사람이 없다.

그 많던 행락객들은 다 어디로 갔더라 말이냐. 오리,닭요리로 유명한 'ㅇㅇ'식당

도 보인다.

계곡 물은 겨우 흐른다. 가뭄에 지친 계곡은 몰골이 형편없다. 물 없는 계곡은 그림이 좀 아니다. 비 온 후 꽐꽐 쏟아지는 계곡물은 아닐망정 이렇게 말라비틀어진 계곡의 몰골은 안쓰럽다.

조금 더 올라가면 외곽순환도로 밑을 지나간다. 그 옆에는 약수터가 있다.

내가 자주 물을 뜨러오는 약수터다. 시에서 운영하는 게 아니라 특이하게 개인 소유의 약수터다.

물터엔 'ㅇㅇㅇ약국'쥔장 소유의 안내판이 있다. 그가 시민들에게 개방한 케이스다.

자연이 주는 생명수를 이웃과 나누는 마음 씀씀히가 갸륵하다. 약수터 바로 앞에는 배드민턴장이 있다. 여긴 배드민턴 치는 사람들이 꽤 문지방을 넘나드는 스포츠공간이다.

계곡은 도로따라 뱀처럼 구불구불 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계곡 옆엔 어김없이 식당들이 껌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사실 이 자리가 맞춤한 물가자리다. 하지만 시민은 가게 앞에 있는 물가에 가기가 저어된다.

음식을 시키지 않는 이상. 냇가는 장사치들이 마치 자기 소유인양 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송추계곡에 있는 유원지는 이미 철거를 했다.

계곡을 시민한테 돌려 준 좋은 선례다. 의정부 안골계곡 유원지라고 못 할 건 없다.

시당국이 식당주인들과 끈질기게 대화하고 그들의 생존권을 다른 방식으로 보장한다면 계곡이 여름만 되면 고기 냄새로 진동하진 않을 것이다.

계곡따라 산길을 오를라치면 좌우에 둘레길이 다소곳이 오라고 손짓한다. 첫 번째 왼쪽 둘레길은 사패산 능선을 타는 곳이다.

두번째 오른쪽 둘레길은 산너미길이라고 하면서 송추 원각사 방향을 안내한다.

둘레길을 걷는 것은 크게 힘들지 않다. 산행과 산책 중간 정도. 아니, 산책보다 좀 빡세겠다.

150여 미터를 슬슬 더 올라가니 다리가 나온다. 다리가 계곡을 '무시'하고 산길로 길을 만든다.

다리 옆에는 누추한 건물이 있다. 문은 뜯겨 나가고 창문은 깨져 오토로 열려 있어 흉가로 변했다. 보기에 썩 좋지가 않다.

성불사 가는 길

여기서 계곡은 산길과 이별을 하고 다른 곳에서 만나기를 기약한다. 더 오르니 성불사 이정표가 있다.

성불사에 가까이 가니 막바지 언덕이 기다린다. 경사가 자그마치 40도는 되는 것 같다. 불심 깊은 스님이 지극 정성으로 이 길을 낸 걸까.

생전에 법정 스님은 깊은 산, 절에 무분별하게 아스팔트 길을 내는 것을 비판하셨다. 중과 불자들이 오히려 절에 길을 내려고 자연을 파괴하는데 앞장 선다는 문제의식이었다.

불교의 부처 정신이 생명 있는 것들을 아끼는 것이진데 요즘 절은 그 정신을 망각한다는 일침이다.

성불사는 저자거리에서 여기까지 인연을 이을려고 기를 쓰고 높은 언덕에도 길을 내고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시멘트 길을 만들었다.

이 도로를 내려면 많은 나무들과 뭇 생명들이 서식지를 잃고 다른 곳으로 갔으리라.

성불사에는 인척이 없다. 종무실을 지나 부처를 모신 작은 대웅전으로 간다. 고요하다. 절 마당에서 멀리 저자거리가 언듯언듯 보인다.

안골계곡 물이 이 절 옆으로 흐른다. 지난 여름 비가 안 와 계곡물은 바짝 말랐다.물기라는 물기가 흙과 바위에 바짝 달라붙어 그 부피가 거의 없다.

안골계곡엔 격조 높은 카페가 있다

내려오는 길에 깔끔한 카페가 있다. 반갑다. '카페ㅇㅇ'. 주택을 개조해 카페로 리모델링했다. 쥔장이 직접 다 했다고 한다. 솜씨가 좋다. 공간이 기품이 있다.

개인이 하는 카페에서 주인의 개성을 느낀다. 원두커피가 맛있다.공간이 품격이 높으니 커피맛도 덩달아 좋다.

카페겸 레스토랑,그리고 이곳에 사는 주인은 여기서 45년을 살았다. 그 속 깊은 사연을 담은 집을 집이자 카페로 멋지게 꾸몄다. 쥔장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괴테가 말했다. "사람은 자신의 거처와 상당히 관계가 깊어서 집을 관찰하면 거기 사는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게 마련이다."

카페ㅇㅇ에서 한참을 머문다. 커피는 바닥났다. 나도 바닥난다.가야할 시간인가보다.

늦여름 안골계곡은 인적은 드물다. 간간히 산책과 산행하는 이들만 간혹 보일 뿐.

여름과 가을 어딘가에 놓인 지금 여기 안골계곡을 등지고 저자거리로 흘러든다.

안골계곡은 여름엔 풍선처럼 부풀고 가을엔 꺼진다.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안골계곡.

본지 객원기자 황현호(의정부 문화발전소 소장)

<본 기사는 의정부시 조례에 따른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